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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오중교 기자]

지금 우리가 대면하고 세상은 지속적인 단절(Discontinuity)로 이뤄져 있다.  


나의 자녀는 내가 보낸 유년 시절의 세상 풍경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의 유년 시절은 친구에게 손편지를 보내고 며칠을 가슴 설레며 답장을 기다리던 그런 세상이었다. 또, 신문 기자가 '무관의 제왕'으로 받아들여지던 그런 세상이었다. 


그런 세상 풍경을 내 자녀는 이해하지 못한다. 손편지는 박물관에 들어가기 직전이고, 종이 신문도 이제 소멸 단계에 들어섰다. 


이처럼 지속적인 단절의 세상을 촉발시키는 핵심 동인은 신기술이다. 이메일이 등장하면서 손편지가 사라졌고, 인터넷과 SNS가 확산되면서 종이 신문이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그러니 해답은 명확하다. 

'다가오는 새로운 세상에 살아 남으려면 신기술을 주목하라'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 근무 경력을 가진 리처드 돕스, 제임스 매니카, 조나단 위첼의 3인이 함께 저술한 '미래의 속도'가 말하는 메시지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아찔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 풍경과 그 원인, 그리고 우리의 대처 방안을 제시한다.  



<미래의 속도> 리처드 돕스(Richard Dobbs), 제임스 매니카(James Manyka), 조나단 위젤(Jonathan Woetzel) 공저. 청림출판



저자들은 영국의 명물이던 '블랙 캡'(Black cap)의 몰락을 케이스로 아무리 잘 나가는 기업이나 개인도 신기술에 의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책을 시작한다. 

블랙캡이란 영국 런던을 운행하는 택시를 말하는데, 블랙캡 운전사가 되기 위해서는 '놀리지'(Knowledge)라는 이름의 악명높은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놀리지에 합격하기위해서는 런던 시내의 6만개에 이르는 거리 이름을 달달 외워야한다. 블랙캡 운전사는 평균 12번 시험을 치르고 나서야 합격한다. 


이런 과정을 통과한 블랙캡 운전사는 고소득 전문직이었다. 블랙캡 운전사는 일단 자격 면허를 취득하면 비싼 택시 요금을 받으면서 평생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GPS와 우버의 등장으로 블랙캡 운전사의 지위는 순식간에 붕괴되고 있다. 블랙캡 운전사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차량 운행자가 GPS의 단추 몇개만 누르면 런던의 어느 거리이든 손쉽게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버 기사는 GPS  덕분에 놀리지 시험을 치를 필요가 없고 택시 요금도 저렴하게 받고 있다. 


요즘 블랙캡 운전사는 런던의 주요 거리를 점거하고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이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신기술의 흐름을 거역할 수 있는 기업이나 단체는 이 지구상에 없다.


이 책은 신기술 가운데 가장 파괴적인 것은 무인 자율 주행차라고 지적하고 있다. 연관 산업이 워낙 방대하고 부품의 가지수가 많아 파급 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묻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


"무인 자율 주행차는 교외에서 출퇴근하는 불편함을 해소시켜 줄 것이다. 교외에서 거주하든 도심에서 거주하든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변화할까?

또, 무인 자율 주행차는 차량 충돌 같은 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동차 보험 산업은 어떻게 변모할까? 또, 무인 자율 주행차 덕분에 자동차 여행이 편리해진다면 우리의 주말 풍경은 어떻게 변모할까? 


무엇보다도 무인 자율 주행차는 '인간 운전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많은 택시 기사, 화물차 기사, 자가용 기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55 P)


이 구절을 읽다 보면 무인 자율 주행차가 단지 생활을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것에서 나아가 부동산, 보험, 여행, 직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인 자율 주행차는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삶으로 속속 파고 들고 있다. 무인차는 미국에서 발전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중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중국 상해에 무인차를 위한 밀폐형 시범구가 문을 열었고, 그 뒤를 이어 우후(蕪湖), 우한(武漢)에도 무인차 시범 구역이 조성되고 있다.


저자들은 지금 이 시대가 '장기(將棋)의 후반전'이라고 말한다. 


장기는 중국판 체스이다. 장기의 발명을 기뻐한 중국 황제는 장기 발명가에게 상을 주겠다고 했다. 장기 발명가는 황제에게 장기판의 첫번째 정사각형을 메울 쌀 한톨을 요구했다. 두번째 사각형에는 두 톨을 , 세번째는 네 톨, 네번째는 여덟톨을 요구했다. 매번 움직일 때마다 쌀의 양은 두배로 늘었다. 장기의 전반저에는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장기 발명가는 몇 숟가락의 쌀을 받았다. 그 다음에는 몇사발, 그 다음에는 몇가마니의 쌀을 받았다. 그런데 2배씩 63번, 즉 2의 63승을 하면 1800경이 되는데, 이는 지구 표면을 두번 덮을 수 있는 양이다. 


이 이야기의 결말에는 두 가지 버전이 있다. 하나는 황제가 파산하고 장기 발명가가 황제가 됐다는 결말이고, 또 한가지는 황제가 장기 발평가의 술수를 깨닫게 된 순간 장기 발명가를 참수했다는 결말이다. 어떤 결말이든 '장기의 후반전'은 그만큼 파괴적이라는 점이다.


이런 난세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 

이 책은 세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유연해지라는 것이다. 지금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향후 금리가 올라 자금의 홍수가 단기간에 가라 앉을 것인지, 아니면 더 오래 지속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때는 더 신중하고, 더 민첩하고, 더 기회주의적이어야 한다고 이 책은 조언한다. 

"위험 회피를 통해 기업은 예상치 못한 변화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합리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다시 말해 이럴 때일 수록 기업은 리스크를 회피하고 비용을 통제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어느 기업이든 헤징(Hedging)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210 P)


둘째, 기업이든 개인이든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여야 살아남는다고 이 책은 조언한다. 

의사 소통을 위해 소셜 플랫폼을 활용하면 이메일 이용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소시킬 수 있고, 지식과 전문 기술을 검색할 필요성을 없애 준다는 것이다.


세째, 타성을 버려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한다. 

영국 패션 기업 버버리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신기술에 올인해 다시 살아남은 기업이다. 매출감소로 고민하던 버버리는  모든 분야를 총괄하는 디지털 전략을 수립했다. 버버리는 웹사이트, 소셜 미디어, 그리고 무명 음악가를 홍보하는 유튜브 프로젝트인 버버리 어쿠스틱을 하나로 통합하고 런던의 대표적인 패션 거리인 리젠트 스트리트에 기술적으로 혁신적인 최고급 디지털 매장을 개설했다. 디지털화를 통해 버버리는 7년만에 매출을 3배 늘렸다. 


원론적인 조언이지만 앞길이 보이지 않는 이 시대에 이 책의 조언은 작은 위안을 준다. 원제 : No ordinary disruption. 



ojg@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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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1-08 07: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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