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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왜 셀트리온 헬스케어 재고자산은 해마다 급증하는걸까? - 재고자산 1조5300억원어치 보유는 상식에 부합하지 않아 - 셀트리온 헬스케어 "미래 수요 증가에 대비한 것"
  • 기사등록 2019-01-07 08: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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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승윤 기자]

셀트리온 헬스케어는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추이만 놓고 보면 우량 기업에 속한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75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확정 공시는 3월 말로 예정돼 있다). 2013년(1453억원) 대비 5년만에 5.16배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기준 8% 수준으로 2013, 2014년의 30%에 육박하는 것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다(한국의 상장제조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5%)이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10조원대로 코스닥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양호한 실적 덕분이다.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K-IFRS 별도 기준. [자료=더밸류뉴스]

◆ 당기순이익 증가는 재고자산, 매출채권 증가 덕분


그런데 이 회사의 사업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이같은 양호한 실적이 과연 얼마나 실제에 부합하는가 하는 의문을 불러 일으킨다. 

가장 큰 문제는 이 회사의 재무제표에 나오는 양호한 당기순이익은 실은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의 증가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이 회사는 1조5376억원의 재고자산을 보유하고 있다(이하 K-IFRS 별도 기준). 이는 이 회사의 자산총계의 절반(50.9%)에 해당한다.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자산총계의 절반을 재고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곳은 없다.


셀트리온 헬스케어와 동일한 바이오 산업에 속해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산총계 대비 재고자산 비중은 3.9%이고, 삼성전자 4.8%, 현대차 4.0%, SK하이닉스 5.6%이다.


주요 대기업의 자산총계 대비 재고자산 비율. 2018년 3분기 보고서 기준. K-IFRS 별도.[자료=더밸류뉴스]셀트리온 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은 2013년 9316억원이었다가 2014년 1조1128억원, 2015년 1조3955억원, 2016년 1조4682억원, 2017년 1조5448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해왔고 지난해(1조5376억원)에만 소폭 감소했다.


회계에서 재고자산의 증가는 단지 그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회계에서 재고자산의 증가분은 고스란히 해당 금액만큼 당기순이익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2017년 재고자산은 1조5448억원으로 전년비 766억원 증가했는데, 이 금액(766억원)은 고스란히 당기순이익의 증가를 가져왔다.


(회계에서 '매출원가(비용)=기초제품재고액+당기매입액-기말제품재고액'인데, 기말제품재고액(기말재고자산)이 증가하면 해당 금액만큼 매출원가가 감소하고, 이는 고스란히 해당금액만큼의 당기순이익의 증가를 가져온다 )


손익계산서의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자료=더밸류뉴스]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매출채권 급증도 유사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이 회사의 매출채권은 6068억원으로 2013년(719억원) 대비 8.43배 급증했다.  이 회사의 매출채권은 2014년 422억원으로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2015년 772억원, 2016년 3712억원, 2017년 5013억원, 2018년(3분기) 6068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매출채권의 증가도 마찬가지로 회계에서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회계에서 매출채권의 증가는 고스란히 해당금액만큼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이 회사의 2017년 매출채권은 5013억원으로 전년비 1301억원 증가했는데, 이 금액(1301억원)은 고스란히 매출액(1301억원)과 당기순이익(1301억원)의 증가를 가져왔다.



◆ 재고자산, 매출채권 증가분 제외하면 2013년 이후 당기순이익은 불과 3개년


만약 셀트리온 헬스케어가 그간 공시해온 재무제표에서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의 증가를 제외한다면 당기순이익은 어떻게 변할까?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의 증가가 없었다고 가정하면 2013~2018년 5년동안에 이익을 기록한 시기는 2013년, 2014년, 2017년의 3개 연도에 불과하다. 2017년의 경우 당기순이익 29억원으로 간신히 적자를 면하고 있다. 


이 기간에 셀트리온 헬스케어가 공시를 통해 2015년 한해(당기순손실 444억원)를 제외하고는 대규모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힌 것과는 천양지차를 보이게 된다.  

K-IFRS 별도 기준.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구성=더밸류뉴스] 

재고자산이 이처럼 증가해온 이유에 대해 셀트리온 헬스케어측은 "대규모 매출 증가에 대비한 안전 재고 확보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유럽연합(EU)에 허가를 신청한 램시마SC가 판매 허가가 승인되면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여기에 대비해 재고자산을 충분히 쌓아두고 있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서정진 회장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바이오 제품의 재고는 1년치 이상을 갖고 있어야 안정적"이라면서 "2020년 예상 매출을 감안하면 현재 재고수준은 중간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또, 바이오 의약품이 특성상 연구에서 제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재고자산을 충분히 비축해온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설명은 동일 업종에 속하는 바이오 기업들 가운데 이처럼 높은 재고자산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점, 수요 증가 예상되기 이전에도 이미 재고자산이 급증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램시마가 아무리 세계 최초 바이오 의약품이라고 해도 3년치에 해당하는 재고자산을 보하고 있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의 증가는 재무제표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증가시키지만 현금흐름이 유입되지 않는다. 


이 회사의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이런 사실이 드러난다. 셀트리온 헬스케어는 2013~2018년 6년 동안 2013년을 제외하고는 대규모 영업이익을 기록해왔다고 공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영업현금흐름은 2016년, 2017년을 제외하고는 대규모 마이너스를 기록해왔다. 장부상 이익을 내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영업활동을 통해서 '현찰다발'(cash flow)이 유입되기는 커녕 빠져 나가고 있다는 의미이다.


K-IFRS 별도 기준.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구성=더밸류뉴스]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이유는 제품 판매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민 재고자산 관리비용이 많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앞서 언급한대로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재고자산은 1조5376억원인데, 이같은 조(兆) 단위의 재고자산을 관리하자면 창고운영비, 전기요금, 인건비 등 막대한 관리비용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제조 기업이나 유통기업이 재고자산을 가능하면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려는 이유는 바로 이같은 관리비 때문이다. 


셀트리온 헬스케어가 조 단위의 재고자산을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일까? 


이 회사는 사업보고서의 어느 곳에서도 이 금액이 얼마인지를 공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매출원가율을 통해 추정해볼 수는 있다. 매출원가율이란 매출원가를 매출액으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제품 관리에 지출되는 비용이 많다는 의미이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 기준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매출원가율은 86.5%로 동종 바이오 산업에 속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71.5%), 메디톡스(27.5%) 보다 높고, 삼성전자(58.8%), SK하이닉스(37.3%), 현대차(84.2%)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과다한 재고자산의 유지에 따르는 자연스런 결과다. 


단위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정리해보면 셀트리온 헬스케어는 그간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의 개선으로 시가총액 기준 코스닥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적 개선의 대부분이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의 증가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lsy@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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