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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왜 셀트리온 헬스케어는 지배구조에서 빠져있을까?

- 셀트리온이 셀트리온 헬스케어에 제품 판매하면 매출로 인식

- 동일 그룹이면서도 매출 인식은 회계 상식에 부합하지 않아

- 상식에 맞는 지분 관계 만들어야

  • 기사등록 2019-01-06 19: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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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승윤 기자]

"셀트리온은 2002년 단 2명의 인력으로 창업했습니다. 당시 바이오(항체) 의약품 시장은 외국 다국적 제약사가 특허를 바탕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셀트리온은 이 시장에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 다국적 제약사의 독점구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뜻을 세웠습니다."


셀트리온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는 셀트리온 그룹의 설립 연혁이다. 이 서술은 사실이다.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의 바이오 시밀러 램시마주를 개발해 글로벌 바이오 산업 역사에서 이정표를 남기고 있다. 철강, 자동화 등 한국의 전통 사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형국에서 미래 성장산업의 핵심인 바이오 산업을 거론할 때 셀트리온이 빠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셀트리온의 주력 생산품인 램시마(왼쪽)와 허주마. [자료=셀트리온 홈페이지]


그런데 셀트리온은 또 다른 이유로 주목 대상이다. 회계 처리가 '의혹 투성이'라는 것이다.


최근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지난해 3분기 실적 공시에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에 388억원 가량이 각각 부풀려졌다는 의혹은 일부에 불과하다.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이 과다하다" "셀트리온의 매출채권 회전율이 지나치게 길다" 등 셀트리온 그룹 계열사에 관련된 회계 이슈는 다양하다


그런데 이같은 셀트리온을 둘러싼 숱한 회계 의혹의 출발점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지분 관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두 회사의 지분 관계를 들여다보면 회계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셀트리온 헬스케어'와 '셀트리온', 사실상 내부거래이지만 제품 판매하면 매출로 인식


우선 셀트리온 그룹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자. 셀트리온 그룹은 서정진 회장이 셀트리온 셀스케어와 셀트리온 홀딩스의 지분을 각각 35.83%, 93.86%를 보유하고 있고, 셀트리온 홀딩스 산하에 계열사들이 포진해 있다. 


셀트리온 그룹의 지분구조. 2018년 3분기 보고서 기준. [자료=전자공시]. [구성=더밸류뉴스]


문제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헬스케어 사이에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지분을 단 한주도 갖고 있지 않으며, 단지 서정진 회장을 통해서 간접적인 지분 관계를 맺고 있을 뿐이다.


이게 뭐가 중요한가 싶지만 회계의 관점에서는 커다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셀트리온은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셀트리온 헬스케어에 제품을 판매하면 '매출로 인식된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회계에서의 '내부 거래'(internal transaction)라는 용어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내부 거래란 대규모 기업집단(그룹)에 소속된 계열 회사간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행위를 말한다. 내부 거래는 회계에서는 매출로 인식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A그룹 산하에 B와 C라는 두 계열사가 있는데, B 회사가 C 회사에 제품 100억원 어치를 판매했더라도 B 회사의 재무제표에 100억원은 매출액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이는 상식으로도 당연하다. 왜냐하면 만약 내부 거래를 매출로 인식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B회사와  C회사는 서로 제품을 사고 팔아 매출액을 얼마든지 부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 거래를 매출로 인식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은 현행 K-IFRS(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에서도 적용되고 있고, 이전의 K-GAAP(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원리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헬스케어에 적용해보자.


셀트리온은 램시마, 허쥬마 같은 바이오 시밀러를 생산해 셀트리온 헬스케어에 판매하고 있다. 다시 말해 셀트리온은 램시마, 허주마 등을 곧바로 고객에게 판매하지 않으며, 일단 셀트리온 헬스케어에 판매하면, 셀트리온 헬스케어가 해외의 에어젠트, 대형 병원, 제약사에게 판매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제품 판매 방법 안내. 2018년 3분기 기준. [자료=전자공시]


이 과정에서 셀트리온이 셀트리온 헬스케어에 램시마 100억원 어치를 판매했다면 이 금액은 셀트리온의 재무제표에 매출액으로 인식되는  것이 합리적일까, 그렇지 않은 것이 합리적일까?


회계 전문가라면 당연히 "두 회사간의 거래는 내부 거래이므로 매출액으로 인식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문제는 실제로는 셀트리온이 셀트리온 헬스케어에 제품을 판매하면 해당 판매 금액이 셀트리온의 재무제표에 매출액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 두 회사간는 서로 아무런 지분 관계가 없기 때문에 회계상으로 이른바 '남남'이기 때문이다.


만약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헬스케어가 지분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셀트리온이 셀트리온 헬스케어에 제품을 아무리 많이 판매해도 내부 거래로 인식돼 셀트리온의 재무제표에는 단 한 푼도 매출액으로 기재되지 않는다.


이제 셀트리온 그룹의 지분구조가 회계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해됐을 것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헬스케어는 누가봐도 셀트리온 그룹 산하의 사실상 계열사 관계이며, 셀트리온이 셀트리온 헬스케어에 제품을 판매하면 내부 거래이기 때문에 '매출로 인식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어온 헬스케어가 아무런 지분 관계가 없다보니 셀트리온이 셀트리언 헬스케어에 제품을 판매하면 해당 판매 금액이 고스란히 셀트리온의 재무제표에 매출액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 내부 거래 제거하면 셀트리온 매출액은 현재의 5분의 1에 불과 


셀트리온의 매출액 가운데 어느 정도가 셀트리온 헬스케어에 판매한 금액일까?


셀트리온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이 회사는 지난해 1~9월에 매출액 7,395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81.56%(6,029억원)가 셀트리온 헬스케어에 판매한 금액이라는 사실을 확린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셀트리온 매출액의 대부분이 셀트리온 헬스케어에 판매한 금액인 것이다.  

                 셀트리온의 매출액과 수주 현황. 2018년 3분기 보고서 기준. [자료=전자공시]


만약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헬스케어가 지분 관계를 맺고 있다면 - 두 회사간의 판매가 내부 거래로 인식된다면 - 셀트리온의 지난해 1~9월 매출액은 7,395억원이 아니라 5분의 1에 불과한 1,366억원으로 기재돼야 할 판이다. 


이 경우 주식 시장에서는 대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4일 현재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27조 6,003억원이지만 주가 대폭락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왜 셀트리온 그룹은 이처럼 회계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지분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걸까?

이에 대해 셀트리온 그룹 측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헬스케어는 설립 초기에는 생존이 불확실했기 때문에 제조 부문(셀트리온)과 판매(셀트리온 헬스케어) 부문을 분리했고,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같은 해명은 현재 생존이 불확실한 단계를 진작 지나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해 있는 지금까지 여전히 지분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셀트리온이 풍부한 보유 현금을 활용해 셀트리온 헬스케어 지분을 매입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일"이라며 "항간에 나도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헬스케어의 합병설 등은 근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lsy@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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