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개도국 지위를 넘어선 국가들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WTO 내 특혜를 보고 있다며, WTO에서 이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90일 이내에 개도국 지위 규정을 개정하지 않으면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서울 삼성역 인근 빌딩과 주택가. [사진=더밸류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해당되는 국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에서 분류한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무역에서의 비중이 0.5% 이상인 국가로 네 가지 기준을 들었다. 한국은 이 네 가지 기준에 모두 부합하는 유일한 국가다.
한국은 현재까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1996년 OECD 가입 당시 농업 분야를 제외한 전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받지 않기로 했다.
WTO는 회원국 스스로가 판단해서 개도국 선언을 하는 ‘자가 선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마감시한은 한달 후인 10월 23일이다. 현재까지 대만, 브라질,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4개 국가가 개도국 특혜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이에 동조하는 국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산업부 통상 부문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타깃은 사실상 중국과 인도인데, 자칫 미국 대 한국의 싸움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으면 중국과 인도가 이를 핑계로 대며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한을 두고 현재 농림식품축산부를 포함한 관계부처가 협의 중에 있다.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건 실익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국이 국제 통상의 농업 부문에서 지금처럼 개발도상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